사례 : ④ 만성 두통에 시달리는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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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034t011988_11. 10여 년 전, E라는 아가씨가 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같은 동아리에서 몇 년 동안 함께 취미생활하던 재원으로, 당시 38세의 약사였다. 약사가 자기 두통을 남에게 호소하다니, 좀 우스운 느낌이었지만, 검사해 보았다.

2. 그녀는 놀랍게도 타입 1이었다. 타입 1이라면 보통 예술가, 정치가, 종교인 등, 남을 지배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약사? 완벽하게 지배당하는 분야다. 왜 이런 일이 생겼지?

3. 그의 아빠였다. E는 두 남매 중 맏이였다. 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그의 아빠는 두 딸에게 직업을 점지(?)해 주셨다. 너는 약사!! 너는 교사!!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고3까지 아빠가 헬리콥터 대디가 되어 두 딸을 조련시켰다. 내신, 모의고사, 학원 선정, 픽업, 집에서 생활까지.

4. E는 고2부터 두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공부는 울면서 했다고. 그래도 아빠의 독수리눈을 거슬리지 못해 죽기로 매달렸고, 결국은 두 딸 모두 아빠의 원대로 약사가 되고 교사가 되었다.

5.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동생은 5년 만에 교사생활을 집어치우고 역시 교사이던 남편과 결혼하더란다. 일 년도 안 되어 둘이 함께 꽃집을 차렸는데, 때 되면 아이 낳고 꽃 속에서 키워가며, 오순도순 깨가 쏟아지게 살고 있다고 한다.

6. E는 이제 약사생활 14년. 매일같이 두통이 어찌나 심한지 결혼은 고사하고 밥 먹기도 싫다는 것이었다. E에게 처방을 주었다. 안 쓴 휴가를 전부 모아서 세계일주 크루즈선을 타라고.

7. E는 6개월 여행을 떠났는데, 3개월 만에 이메일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두통이 씻은 듯 없어졌다고. 밥맛도 좋아졌고, 남자 생각까지 난다고. ㅎㅎㅎ

8. 여행에서 돌아와 한 달 만에 E가 저녁을 사달라고 했다. 꽉 찬 처녀가 점심도 아니고 저녁을? 갔더니 신랑감과 같이 와있었다. 동작도 빠르군. 그는 균형인 같았다. 그렇다면 최고의 조합이다.

9. E는 즉시 종합병원 약사직을 그만 두고 결혼했다. 지금 큰 아이는 학교에 들어갔다. 여기도 깨가 쏟아진다나? E는 2-3년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온다. 목소리에는 기쁨이 철철 넘친다. 빼놓지 않는 인사말, “선생님, 옛날에 저 좋아하셨지요?” 필자가 질 리가 없다. “두통이 나 때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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