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 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혀 다른 쌍둥이

tip034t010693_11. A와 B는 만5세 남자 쌍둥이다. 부모는 전통에 따라 두 아이를 똑같이 키웠다. 입히는 것도, 먹이는 것도, 야단치는 것도, 칭찬하는 것도, 잠재우는 것도 똑같이.
2. 첫돌이 지나면서, 뭔가 다르다고 느꼈는데, 두 돌이 지나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3. 똑같이 먹였는데, B는 잘 먹고, A는 뱉어내는가 하면, 똑같이 야단쳤는데, A는 뒤끝이 짧았고, B는 골방에 가서 오래도록, 서럽게 울었다.
4. 똑같이 재웠는데, 한 아이는 다 차내고 온 방을 굴러다니는가 하면, 한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도 누운 그 자리 그대로였다.

5. 특히, A가 한두 달에 한 번씩 경기를 일으키게 되자. 우리 연구소를 찾았는데, A와 B의 머릿속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6. 따라서, 야단치고 칭찬하는 방법, 먹이는 음식, 심지어는 재우는 잠자리까지 달라야 한다는 것을 부모님은 처음으로 배우게 되었다.

7. 지금 이 둘은 초2다. 그동안 부모님께서 우리 처방대로 머리맞춤 가정교육을 철저히 시키셨고, 지금 한 아이는 어엿한 모범생, 경기를 하던 아이는 온 가족의 웃음의 원천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집 엄마는 동네 엄마들의 ‘육아 스승’이 되어 있고^^

사례 : ② 딸과 아들을 정반대로 키우다

tid211t000155_72dpi1. 초5 딸은 4-A 타입이고, 유치원 아들은 2-B 타입이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셔서 아이들은 주로 외할머니가 키우셨는데, 이 할머니 역시 2-B 타입이셨다.

2. 엄마도 2-B였다. 친정엄마의 DNA를 물려 받으셨겠지. 아빠는 초5 딸처럼 4-A로 모범생이시고, 집에 들어오면 말수가 거의 없었다. 두 아이는 당연히 2-B 할머니와 2-B 엄마의 영향 아래 컸다.

3. 2-B 어른은 괄괄하다. 아침에 변기에 좀 오래 앉아 있으면 “야, 똥을 입구멍으로 싸냐? 똥구멍으로 싸냐?” 이런 말을 예사로 한다. 2-B 아들은 어이쿠나 싶어 얼른 닦고 나와서 애교를 떤다. 그러나 4-A 딸을 다르다. 저런 막말을 들으면 하루 종일 마음고생을 한다.

4. 체벌도 그렇다. 2-B 할머니나 엄마는 아이들 체벌을 한 일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등짝 스매싱을 가끔 할 뿐이라고. 2-B 아이는 등짝을 철썩하고 얻어맞아도 2~3분도 안 되어서 깔깔거리고 논다. 4-A 딸은 며칠 동안 고민하며 풀이 죽어지낸다.

5. 문제는 4-A인 초5 딸이 매를 맞아도 잘 못했다고 빌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해명도 하지 않았다. 해봤자 이해를 못 하실 테니까. 2-B 할머니나 엄마는 이런 행동을 반항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등짝 스매싱 더 하고, 폭풍야단 더 쳤다. 수시로 혼이 나는 딸은 혼이 점점 빠져나갔다.

6. 아들은 달랐다. 애교가 철철 넘쳤다. 맞기 전에 재빠르게 피했다. 말로는 엄마, 할머니의 간장을 녹이고, 스킨십으로는 엄마, 할머니의 피부를 녹였다. 셋이 코드가 척척 맞았다. 유치원 아들은 그렇게 엄마와 할머니를 닮아갔다. 유치원 또래 아이들에게 한없이 괄괄하고 공격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7. 초5 딸은 저학년부터 학교에서 최고 모범생이었다. 공부도 썩 잘 했다. 그러나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면서 딸의 성적은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올백이던 아이가 50점이나 70점을 예사로 받아왔다. 2-B 세 사람에게 치여서 괄괄하지도 못하고, 걍 날개죽지 꺾인 참새가 되어버린 것이다.

8. 철저히 아이를 반대로 키운 경우다. 딱딱하게 태어난 아이에게는 유연성을 길러주고, 너무 말랑말랑하게 태어난 아이에게는 꿋꿋함을 심어주는 것이 양육이다. 재능을 품고 태어난 아이는 그 재능을 찾아서 키워주는 것이 양육이다. 왜 옆집 아이 같은 재능이 없느냐고 윽박지른들 원대로 되지도 않는다.

9. 위 남매가 다녀간 지 일 년이 지났다. 최근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다. “소장님 처방대로 하고 있어요~ 친정엄마는 2-B 아들만, 4-A 딸은 아빠가 전담해서 기르고 있고요~~ 저는 친정엄마와 남편 감독하는 일만 하고 있답니다. 아이들이 어찌나 늠름하게 크는지 매일 감탄하고 있어요. 호호호.”

사례 : ③ 10% 부족한 채로 중학생이 되었으나

tid211t000155_72dpi-21. 우리 연구소를 찾는 학부모들 사이에는 재미있는 전통이 있다. 데리고 온 자녀가 균형발달로 판정받으면 거하게 쏘는!! 따라서 그날은 우리 연구소에 아이스크림 파티(?)나 커피향이 진동하게 된다.

2. 그러나 드물게, 쏘기는커녕 썰렁해지는 날이 있다. 균형이기는 한데 ‘뇌들보 손상’으로 판정되는 경우다. 중2 여학생인 D는 이보다 더 특별했다. 썰렁하다 못해 판정을 내리는 연구소장 눈에 눈물이 고였다.

3. D와 면담하던 연구소장은 고개를 수십 번 갸우뚱거렸다.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해 D가 ‘몰라요, 없어요, 생각 안 나요.’를 거듭한 까닭이었다. 유치원 아이도 이러지는 않을 터.

4. D의 어머니는 D를 데리고 별별 상담소를 다 다녀보았다고 한다. 용하다는 점집까지 두어 곳 가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뇌들보가 심하게 다친 것을 그들이 어떻게 알까?

5.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2% 부족도 아닌, 4%, 아니 실제로는 10% 부족한 아이가 되었을까? 원인이 밝혀졌다. D를 끔찍이도 사랑하던 아빠가 어느 날, 불과 다섯 살 때, 불같이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초2 때 또 한 번 폭풍질타!! 아빠 눈이 해까닥 뒤집어질 정도였다고 했다. 고 작은 아이가 무슨 어마어마한 잘못을 했다는 것일까?

6. 결국 아빠의 ‘성질’ 두 번에 딸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D의 뇌들보 손상 정도는 4개 등급 중 가장 심한 1등급 (profound). 우리 연구소의 상담치료로는 호전이 어려운 수준이었다. 병원에서도 이런 학생을 약물로 치료하겠다고 할까? 학교를 1년쯤 휴학하고 치료에만 전념하신다면 어떻게든 도와드리겠다고 제안했다.

7. 뜻밖에도 D의 어머니는 난색을 표시했다. 휴학시킬 형편이 아니라는 것. 그 말뜻이 무엇인지 더 캐묻지는 않았다. 다만, 또 다른 어떤 점집을 찾아다니지나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례 : ④ 만성 두통에 시달리는 약사

tip034t011988_11. 10여 년 전, E라는 아가씨가 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같은 동아리에서 몇 년 동안 함께 취미생활하던 재원으로, 당시 38세의 약사였다. 약사가 자기 두통을 남에게 호소하다니, 좀 우스운 느낌이었지만, 검사해 보았다.

2. 그녀는 놀랍게도 타입 1이었다. 타입 1이라면 보통 예술가, 정치가, 종교인 등, 남을 지배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약사? 완벽하게 지배당하는 분야다. 왜 이런 일이 생겼지?

3. 그의 아빠였다. E는 두 남매 중 맏이였다. 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그의 아빠는 두 딸에게 직업을 점지(?)해 주셨다. 너는 약사!! 너는 교사!!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고3까지 아빠가 헬리콥터 대디가 되어 두 딸을 조련시켰다. 내신, 모의고사, 학원 선정, 픽업, 집에서 생활까지.

4. E는 고2부터 두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공부는 울면서 했다고. 그래도 아빠의 독수리눈을 거슬리지 못해 죽기로 매달렸고, 결국은 두 딸 모두 아빠의 원대로 약사가 되고 교사가 되었다.

5.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동생은 5년 만에 교사생활을 집어치우고 역시 교사이던 남편과 결혼하더란다. 일 년도 안 되어 둘이 함께 꽃집을 차렸는데, 때 되면 아이 낳고 꽃 속에서 키워가며, 오순도순 깨가 쏟아지게 살고 있다고 한다.

6. E는 이제 약사생활 14년. 매일같이 두통이 어찌나 심한지 결혼은 고사하고 밥 먹기도 싫다는 것이었다. E에게 처방을 주었다. 안 쓴 휴가를 전부 모아서 세계일주 크루즈선을 타라고.

7. E는 6개월 여행을 떠났는데, 3개월 만에 이메일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두통이 씻은 듯 없어졌다고. 밥맛도 좋아졌고, 남자 생각까지 난다고. ㅎㅎㅎ

8. 여행에서 돌아와 한 달 만에 E가 저녁을 사달라고 했다. 꽉 찬 처녀가 점심도 아니고 저녁을? 갔더니 신랑감과 같이 와있었다. 동작도 빠르군. 그는 균형인 같았다. 그렇다면 최고의 조합이다.

9. E는 즉시 종합병원 약사직을 그만 두고 결혼했다. 지금 큰 아이는 학교에 들어갔다. 여기도 깨가 쏟아진다나? E는 2-3년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온다. 목소리에는 기쁨이 철철 넘친다. 빼놓지 않는 인사말, “선생님, 옛날에 저 좋아하셨지요?” 필자가 질 리가 없다. “두통이 나 때문이었어?”